2007년 12월 29일
내 친구의 묘비
이런 아이가 있었다. 내 친구였다. 자기 사주도(알고보니 그냥 난수처리 사기였던 온라인 토정비결 싸이트에) 봐 달라던 저 메세지가 비공개 덧글로 달린 후 보름만에 그 아이는 죽었다.
우리나라에는 저 아이의 무덤이 없다. 이글루스(가 됐든 온블록이나 다른 블로그가 됐든)에도 이젠 저 아이를 기념할 것이 없다. 괜찮다면 내 블로그에 당신의 묘비를 두시라. 당신의 이름은 나라이름 송, 지혜로울 지, 빼어날 수였다. 1974-2006, 서른 두 해하고 몇 달을 더 이곳에 있었다. 당신은 내 친구였다. 어제 꿈에 찾아와 "회사가 나한테 잠깐 시간을 줘서" 한담해주던 여자가 어쩌면 당신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오늘 하루종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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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잠깐 짐 정리며 빨래, 하고
내일 오후늦게 다시 나갈꺼야. 어쩌면 빅베어,라는 산으로
어쩌면 샌프란시스코. 어쩌면 또다른 낯선 어디.
북적거리는 연말에 휩쓸리기 싫어서. 그저 고요,하게 지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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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일. 거기 선 하나 그어놓고
넘어가면 2006년, 저쪽은 2007년, 하는 식의 경계란게
정말 그렇게나 커다란 의미가 있기는 있는걸까. 의미가 있니 너에겐?
이런 메일을 보내온 날짜랑 당신이 사망했다고 하는 날짜가 똑같아서 잠깐 오싹하였는데, 생각해 보니 미국하고 여기는 하루의 날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로 '내일 오후늦게 다시 나갔'다. 언제 돌아올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런 게 의미가 있니 너에겐?' 저쪽 세상에서 당신이 내게 웃는다.
위 내용, 내 임의의 묘비명과 기타 프라이버시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친고죄의 원칙에 따라 당신이 직접 내게 찾아오시라. 다시 꿈속으로 찾아와 당신이 놀러간 빅베어 산의 이야기를 해 준다면 나는 아무 불만없이 이 포스트를 지우겠다. 보고싶고 야속하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내 친구다.
# by 쁘뉴마 | 2007/12/29 17:39 | 트랙백 | 덧글(14)



